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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영화 동명 원작 소설, 시가 아키라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독자는 소설《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설정을 생각해 낸 저자의 비범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폰을 택시 안에 깜빡 두고 내린다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설정은 독자에게 압도적인 현실감을 불어 넣는다. 이야기는 세 가지 시점을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스마트폰을 주운 남자, 그 표적이 된 이나바 아사미, 그리고 가나가와의 어느 숲속에서 백골 상태의 여성 사체를 발견한 형사! 독자는 이 세 가지 시점을 동시에 읽어가면서도 저자의 상황 설명에 과부족이 전혀 없어, 단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글을 이끌어가는 시가 아키라의 훌륭한 솜씨는 흡사 숙련된 외과의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우수한 수학자의 그것에 비견될 만하다. 중복 없는 속도감 있는.. 2023. 2. 26.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1, 쓰루타니 가오리 만화 추천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3년 전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75세 이치노이 유키 할머니. 동네 서예 교실을 운영하며 느릿느릿 흘러가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예쁜 그림체에 홀려 집어든 만화책은 알고 보니 BL이었다! 이 아이는 남자애, 이 아이도 남자애. 그런데 서로 좋아하는 거야? “어머나, 어머나!”를 연발하면서도 유키 할머니는 왠지 책장에서 시선을 뗄 수 없다. 알 수 없는 설렘에 뺨을 붉히다가도, 서로가 오해로 엇갈릴 때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그렇게 평생 모르고 지냈던 새로운 세상에 흠뻑 빠져드는 살짝 나이 많은 여사님. 유키 할머니를 BL의 세계로 인도한(?) 서점에서는 사실 또 하나의 운명적 만남이 있었다. 이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생 사야마 우라.. 2023. 2. 6.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사랑 읽기 열정이란 말을 들으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무래도 저는 사랑이란 말이 가장 먼저 그 뒤를 따라 나오게 됩니다. 사랑과 열정을 한 단어처럼 쓰던 때에서 너무 멀리 와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은 바로 그 사랑의 열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감정에 깊이 빠져볼 수 있습니다. 도서리뷰 작가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화자는 어느 한 남자를 기다리는 것으로 온 하루를 다 써버립니다. 그에 관해 생각하고, 그가 좋아할 옷을 사고 온통 그 사람을 이유로만 움직이고 반응합니다. 어딘가 멍한듯 현실감이 멀어 보이는 화자의 모습은 자신을 잃을 정도로 무언가의 심취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려볼 수 있는 얼굴일 겁니다. 기다리던 사람은 어느 날 불쑥 .. 2023. 1. 27.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소설 추천 밤에 우리 영혼은 노련한 이야기꾼 켄트 하루프의 여섯 번째 소설이자 유작 『밤에 우리 영혼은』. 전작 《플레인송》으로 전미도서상과 뉴요커 북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저자가 2014년 71세에 타계하기 전 탈고한 소설이다. 가상의 작은 마을 홀트를 배경으로, 칠십대 두 주인공이 교감하는 믿음과 우정, 나이 듦에 대한 생각들을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절제된 문체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 애디 무어가 오랜 이웃인 루이스 워터스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 다 배우자와 사별했는데, 애디는 일흔 살이고, 루이스도 비슷한 나이다. 애디는 루이스의 집 현관에 서서 마음에 담고 온 생각을 바로 말한다. 섹스 없이 함께 잠을 자자는 것, 어둠 속에서 대화하고, 함께 누워있음으로써 밤이면 더욱 생생히 다가오.. 2023. 1. 25.
미라클모닝, 할 엘로드 당신의 하루를 바꾸는 기적 미라클모닝 최근 2030 세대 사이의 자기계발 트렌드를 꼽으라면 단연 ‘미라클 모닝’이다. ‘미라클 모닝’이란 아마존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뒤 2016년 한국에 출간된 베스트셀러 《미라클 모닝》에서 나온 개념으로, 일과가 시작되기 전 이른 아침에 일어나 운동이나 공부, 독서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미라클 모닝’ 챌린지가 인기를 끌면서 SNS에도 ‘미라클 모닝’ 태그를 단 게시물이 30만 건에 이를 정도가 되었다. 대체로 새벽 6시 전에 일어나 운동이나 독서, 영어공부 등 자기계발 등을 하는 모습을 ‘인증샷’ 형태로 기록하는 것인데, 이 게시물들은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다는 인증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된다. 코로나19가 몰고 .. 2023. 1. 24.
[책/에세이] 뉘앙스, 성동혁 성동혁 시인의 산문집 뉘앙스를 읽었습니다. 강렬한 표지에 끌려서 손에 쥔 책입니다. 보통은 그런 식의 충동구매는 자제하려는 편이지만 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책들이 더러 있습니다. 표지를 읽는 것 역시 그 책을 읽는 것이라며 못 이긴 척 지갑을 여는 경우가요. 책을 받아서 펼쳐보았을 때는 생각보다 글자 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가볍게 읽을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저는 페이지마다 발목을 잡혔습니다. 태어나서부터 병원 생활을 해야 했던 시인이 어른이 되고 시인이 되는 기록들은 성동혁이라는 시인에 대해서, 한 인간에 대해서 알아가는 동시에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지난해 연말에 읽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제가 한 해 동안 어느 부분에서 소홀했었는지를 돌이켜보고 반성할 .. 2022. 1. 12.
[책/에세이] 에세이 만드는 법, 이연실 이연실 작가의 ≪에세이 만드는 법≫을 읽었습니다. 유유 출판사의 에세이는 비교적 얇은 두께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득 담아 평소에도 자주 접하곤 했는데요, 이번만큼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던 적이 있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관심분야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에세이 쓰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알고자 하는 영역의 일을 그 영역에서 직접 뛰어다니시는 분의 경험으로 알게 되니, 마치 현장에서 함께 뛰기라도 한 것처럼 생생하게 배워갈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긍정적이고 명랑한 기운을 건네받아서 더 효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었다니. 세상 사람들이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박수를 치고 싶었습니다. 에세이를 대하는 작가님의 태도가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편집자에게 자신의.. 2021. 7. 7.
[책/에세이]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데비 텅의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을 읽었습니다. 책덕후가 쓴 책 이야기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주로 네 컷 만화로 채워져 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아서 책에 대한 즐거운 기억들을 곱씹을 수 있고요. 여러모로 정말 즐겁게 읽은 책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책 이야기를 하느라 몇 시간이고 보내곤 합니다. 실컷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계를 보며 '시간이 벌써 이렇게?'하고 놀라는 일이 일종의 루틴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좋아하는 일에 대해 함께 나눈다는 건 역시 그런 일이겠죠. 시간과 관계없이, 나누고 나누어도 부족한 일 말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이 생각나던 책이었습니다. 코로나가 심해지고 나서는 서.. 2021. 3. 8.
[책/소설]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을 읽었습니다. 도쿄에서 결혼 준비를 하며 평범하게 살고 있던 마요가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전화를 받고 고향으로 내려가 그 진상을 밝힌다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마요는 다음 주에 있을 동창회를 두고 갈지 말지를 고민하던 중이었는데요, 공교롭게도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동창들을 조우하게 됐고, 그들을 용의선상에 두고 의심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까지 처하게 됩니다. 어릴 적 한 교실에서 공부했던 친구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마요의 막막한 마음이 상상이 됩니다. 하지만 소설은 그런 울적함이 없이 시원시원하게 진행됩니다. 사건을 풀어가는 다케시 때문입니다. 가미오 다케시는 마요의 삼촌, 즉 사망한 가미오 에이치의.. 2021. 1. 8.
[책/에세이] 아무튼, 반려병 강이람 저자의 《아무튼, 반려병》을 읽었습니다. 반려병이라니 무슨 말일까, 문서 같은 걸 계속 되돌려 보내는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쓴 이야기인 걸까, 제목만 들었을 때는 별별 생각이 다 떠올랐는데요. 알고 보니 그야말로 반려伴侶, 반려동물 할 때의 반려에 병이났다는 병病을 써서 반려병이었습니다. 병을 달고 사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거죠. 아무튼 시리즈로는 취미나 애정템 등 좋아하는 대상을 얼마나 열렬하고 진지하게 좋아하는지의 이야기를 주로 접해왔던지라 조금 의외의 기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저자 역시 이 점을 알았던지 《아무튼, 반려병》을 손에 든 독자에게 “아니, 어떻게 이 책을 펼치게 되셨나요?”하고 묻고 싶다고 하는데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바로 웃음이 터져버려서, 생각보다 이 책을 더 재미있게 .. 2021. 1. 6.
[책/인문] 어른의 맞춤법 신선해 번역가와 정지영 편집자가 함께 쓴 《어른의 맞춤법》을 읽었습니다. 평소 잘못 쓰기 쉬운 말들을 꼼꼼히 모아서 정리한 책입니다. 어쩐지 글쓰기에 관련된 책이라면 노트와 펜은 필수로 구비해두고 허리를 곧추 세운 채 책상 앞에 앉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이 책은 그런 저의 편견 아닌 편견을 바꾸어준 책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펴서 읽을 수 있을 만큼 부담이 없고, 그러면서도 중요한 부분은 다 담고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자주 찾아보았던 단어들이 대거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반갑게 읽은 책이기도 합니다. 이참에 잘못된 부분을 확실하게 바로 잡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목적으로 읽으면, 한번 훑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곁에 두고 궁.. 2021. 1. 5.
[책/에세이]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이유미 작가의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을 읽었습니다. 에세이와 일기가 어떻게 다른 지부터 공감을 일으키는 글쓰기 방법, 에세이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사소한 Q&A까지. 자신의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 가득 담긴 책입니다. 휴대폰으로 두 쪽 남짓한 부담 없는 분량에, 가볍고 일상적인 어투를 사용하는지라 자칫하면 팁인 줄도 모르고 후루룩 읽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이처럼 술술 읽히게 쓰다니, 묘하게 자극을 받았습니다. 이제 막 에세이를 쓰려는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입문서가 될 책입니다. 다만 저처럼 이미 많은 입문서를 거쳐 온 사람에게는 그다지 신선한 내용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느끼는 에세이 쓰기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즉 분하고 억울.. 2020.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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