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사랑한 지 십 년, 처음으로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언제나와 같은 아침. 침대 옆자리를 써늘하고 협탁 위엔 돈뭉치가 있습니다. 정사의 흔적이 남은 방에서 홀로 맞는 아침이란 얼마나 차갑고 외로울까요.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어제가 바로 수아의 생일이었다는 겁니다. 비록 상대는 기억조차 못했지만 말입니다.
자신을 달갑지 생각하지 않는 남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헌신해 온 십 년. 자신에게는 “사랑이었으나, 그에게 나는 어떤 것도 아니었기에 이름을 붙일 수 없”던 시간. 수아는 이제 그 시간을 끝내려고 합니다.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감흥 없이 선언하며.
츄파의 현대로맨스 단편소설 『너를 사랑하지 않는 내일』은 사랑을 그만두기로 하자 보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 남자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를 위해 무엇까지 감수할 수 있었는지. 오래 좋아해 온 사람을 밀어내기 위해 어떤 결심을 하게 되는지. 수아라는 인물을 통해 오랜 외사랑의 지난한 시간을 더듬어봅니다.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태경의 배려와 사랑을 그렇게 알아차립니다. 어긋나 있던 사랑이 본래의 방향을 찾아 드디어 서로를 마주 보게 될 때, 독자는 안심할 수 있죠. 단편이었으나 긴 시간을 돌아온 것 같아 짧은 줄을 모르고 읽었습니다.
나조차 결핍된 주제에, 뻥 뚫려있는 저 남자를 메워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계속 사랑하도록.
작중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 중 하나는 태경이 왜 수아가 오해하도록 행동을 했느냐 입니다. 그 배경에는 태경의 아버지인 이 회장의 전처 유희정이 있겠는데요. 이 회장은 그녀에게 밖에서 낳아 온 태경의 양육을 맡기는가 하면 자식을 낳지 못했다고 쫓아내기까지 합니다. 그런 대우를 받고도 그녀는 이 회장을 그리워하죠. 수줍게 마음을 고백하던 그의 옛 모습을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살갑고 다정하기만 하던 유희정의 가면이 벗겨질 때 사랑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도 같았습니다. 사랑이 얼마나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