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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소설 추천

by 호랑. 2023.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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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
노련한 이야기꾼 켄트 하루프의 여섯 번째 소설이자 유작 『밤에 우리 영혼은』. 전작 《플레인송》으로 전미도서상과 뉴요커 북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저자가 2014년 71세에 타계하기 전 탈고한 소설이다. 가상의 작은 마을 홀트를 배경으로, 칠십대 두 주인공이 교감하는 믿음과 우정, 나이 듦에 대한 생각들을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절제된 문체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 애디 무어가 오랜 이웃인 루이스 워터스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 다 배우자와 사별했는데, 애디는 일흔 살이고, 루이스도 비슷한 나이다. 애디는 루이스의 집 현관에 서서 마음에 담고 온 생각을 바로 말한다. 섹스 없이 함께 잠을 자자는 것, 어둠 속에서 대화하고, 함께 누워있음으로써 밤이면 더욱 생생히 다가오는 외로움을 달래보자고. 놀랍고 오해받기 십상인 제안이지만 어쨌든 루이스는 에디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함께 모험을 시작한다. 반전이 예견되는 결말은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저자의 소설은 결코 감상적이지 않다. 신중하게 선택된 디테일들이 잔잔한 울림을 더해 주고, 재미와 슬픔ㆍ경쾌함과 사색이 교차한다. 단순한 주제에 섬세한 결을 더함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용감한 두 주인공의 품위 있는 모험을 더없이 순수하고 아름답게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다.
저자
켄트 하루프
출판
뮤진트리
출판일
2016.10.05

 

 

줄거리

오월의 어느 저녁. 애디 무어는 한 블록 건너에 사는 루이스 워터스를 찾아가서 밤에 자신을 찾아와서 함께 자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합니다. 루이스는 이튿날 애디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밤 찾아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백발인 일흔 노인들의 특별한 우정이 밤마다 쌓여갑니다.

 

 

도서리뷰

소설은 다소 충격적인 제안으로 시작됩니다. 작은 마을에서 40년을 훌쩍 넘게 살아온 이웃이라는 그들의 입장이 독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그럴 수도 있는 걸까요? 하지만 안 될 이유는 또 뭐가 있을까요?

 

밤은 길고 외로우니 같이 잠만 자자고 제안한 애디에게선 어떤 초연함이 느껴집니다. 더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했다는 확고한 말이 그녀를 더 자유롭게 보이도록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에 비해 루이스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입니다. 샤워와 면도를 하고 애프터셰이브를 바른 뒤 잠옷과 칫솔이 든 종이봉투를 들고 밤마다 애디의 집으로 건너가면서도 그는 그 관계가 계속 지속될지 확신할 수 없고, 애디가 왜 자신을 골랐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애디는 그 모든 질문에도 간단하게 답을 해줍니다. 외로워서 같이 자자고 했다. 당신이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랬다. 그녀의 답은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그렇기에 더 확신을 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 이상의 이유가 달리 뭐가 있겠나요. 그런 게 필요하기는 할까요. 두 사람은 매일 밤 어둠 속에서 손을 잡고 누워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이미 서로가 들었고 목격하기도 했던 과거의 어느 일들이 당사자의 목소리로 흘러나옵니다. 그런 식으로 서로가 함께 있었던 때를 확인하며, 외롭고 긴 밤을 견디며 가까워지고 좋은 감정을 쌓아갑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니 더 필요한 게 없겠지요.

 

하지만 세상은 이들의 관계를 놔두지 않습니다. 황혼에 접어든 노인들의  충만한 우정을 내버려 두기에 세속의 일은 너무도 욕심이 많습니다. 소설의 결말은 그래서 더 씁쓸합니다. 그렇게 좋고 행복하다던 일을 두 사람은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완전히 미련을 거두지 못합니다. 이 소설은 인생을 하루로 치자면 밤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는 두 노인이 어떤 식으로 서로의 건조한 삶을 윤기 나게 만들어주는 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그 시절이 되어서도 도저히 초연해지지 못하는 인간의 미련스러움을 보여줍니다.

 

내가 만일 애디나 루이스라면, 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허허롭게 살지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어디까지 타협하고 고집을 부릴 수 있을지. 그냥 자신이 행복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일이 일흔의 나이를 먹어서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서 답답했습니다. 애디와 루이스가 보여준 ‘함께’하는 일상이 아름다웠기에 아쉬움이 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돌발상황이 생겨도 그들은 그들이 말하는 ‘우정’을 잘 가꿔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난관은 도저히 넘지를 못했습니다. 그것이 이들의 영혼에게 밤에 부를 이름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충만함을 알기에 더욱 외로워졌습니다.

 

 

추천대상

소설은 여백이 많고 분량이 길지 않습니다. 때문에 부담 없이 읽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영화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니 두 가지의 다른 방식의 이야기를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노인이 될 확률을 높게 가지고 있습니다. 노년에 접어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기에도 좋은 책이 될 겁니다.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뮤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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