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로 처음 만나 본 플리는 말했다.
"저는 일코 그런 거 없어요. 회사 책상에 쫙 붙어 있어요. 보이는 곳마다 있어요."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 * *
나는 일코를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대한 보이는 부분에서는 자제하려 하는데, 부끄러워서라기보다는 성격 탓이다. 브랜드 이름이 잔뜩 박힌 디자인의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마니아라도 잘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티가 나지 않는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다. 브랜드명이 있어도 심플하게 딱 하나 정도만 있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좋은 건 나 혼자만 알았으면 좋겠다. 좋아함을 줄줄 흘리고 다니는 바람에 결국엔 다 들키게 되지만, 내심 바라기는 그렇다. 나 혼자만 몰래 뜨겁게 좋아하고 싶다. 하지만 이런 욕심 또한 진지한 건 아니다.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물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정보를 술술술 읊고 마니… 모든 것이 어설픈 위장일 뿐이다.
겉으로 보이는 한 겹을 들춰보면 내용물이 전면으로 드러난다. 눈 닿는 모든 곳에 최애가 기다리고 있다.
회사는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자 스트레스를 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서 멀뚱히 버티기란 괴롭다. 숨 쉴 틈이 있어야 한다. 보자마자 기분이 리프레쉬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최애가 있다는 건 그런 면에서 크나큰 특권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일상 속에서 찌들어가는 인간을 구한다.
회사에서는 두 개의 업무노트를 쓴다. 하나는 하루 일정의 전반을 기록하는 데일리리포트용이다. 작은 수첩(일명 업무노트2)은 전달사항이나 처리해야 할 긴급한 일을 적는다. 이따금 공부한 내용을 기록하기도 한다.
그리고 두 개의 노트 안에는 플레이브로 가득하다. 출근할 때보고 퇴근하고 싶을 때 본다. 지칠 때마다 뒤적여서 본다. 삶에 찌든 눈으로 보게 되는 모든 곳에 최애의 얼굴을 가져다 놓을 궁리를 업무처리만큼 열심히 한다.
눈 닿는 곳에 최애를.
최애가 곧 복지다.
다섯 외계인들이 오늘도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부서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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