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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읽지

[책/에세이] 뉘앙스, 성동혁

by 호랑. 2022.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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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혁 산문집, 뉘앙스


성동혁 시인의 산문집 뉘앙스를 읽었습니다. 강렬한 표지에 끌려서 손에 쥔 책입니다. 보통은 그런 식의 충동구매는 자제하려는 편이지만 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책들이 더러 있습니다. 표지를 읽는 것 역시 그 책을 읽는 것이라며 못 이긴 척 지갑을 여는 경우가요.

책을 받아서 펼쳐보았을 때는 생각보다 글자 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가볍게 읽을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저는 페이지마다 발목을 잡혔습니다. 태어나서부터 병원 생활을 해야 했던 시인이 어른이 되고 시인이 되는 기록들은 성동혁이라는 시인에 대해서, 한 인간에 대해서 알아가는 동시에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지난해 연말에 읽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제가 한 해 동안 어느 부분에서 소홀했었는지를 돌이켜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특히 오래 곱씹었던 부분은 시인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몸이 아파서 사는 내내 산에 올라본 적이 없는 시인을 위해 친구들이 산소통과 시인을 번갈아 업으며 산을 올랐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거리두기가 실시된 지 오래되었고, 그나마 가까이했던 친구들도 잘 볼 수 없는 날들 속에서 한때 우리는 얼마나 서로에게 가까웠던지, 피부와 피부를 맞대며 서로의 다리와 심장이, 마음이 되어주었는지를 애틋하게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저는 지금에 와 있는 거겠죠. 혼자였다면 결코 해낼 수 없었던 순간들이 자꾸자꾸 떠올랐습니다. 덕분에 저는 올해의 다짐을 새길 수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향하는 타인들의 애정을 너무 잘 알아서 꼭 나아져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시인의 모습이 애틋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저도 그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좋은 시인을 알게 되어서 더욱 반가웠던 책입니다. 시인의 시집도 읽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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