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3년 전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이치노이 유키 할머니는 서예 교실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BL만화책을 사게 되고 이제껏 보지 못했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할머니에게 책을 판매한 고등학생 아르바이트생 사야마 우라라는 그런 할머니에게 신경을 거둘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다음 권을 사러 오는 할머니에게 자꾸 마음이 기웁니다. 그 책은 우라라도 좋아하는 만화였습니다. 우라라는 그 만화에 대해서 줄곧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리뷰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1권은 이치노이 유키 할머니와 사야마 우라라의 만남을 그리고 있습니다. 서점에서 우연히 스치고 말 사람일 수도 있었던 두 사람이 BL만화책을 매개로 서로에게 조금씩 더 얽히게 되는 과정이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BL만화는 유키 할머니의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일생의 사건입니다. 일흔다섯의 나이. 이제 더는 새로울 것도 없고, 그저 하루하루 조용하고 느긋한 하루를 이어갈 수 있는 데까지 이어가는 것이 전부인 듯 보였던 세상에 작은 반짝임이 일어납니다. 어쩐지 응원하게 된다는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언제나 다음이 있을 줄 알았던, 그랬기에 대수롭지 않게 다음을 기약했지만 결국은 이루지 못했던 할머니의 일들이 떠오릅니다. 남편과 결국 함께 타보지 못했던 선샤인 시티의 전망대 같은 것 말입니다.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니 싫어져서 그만두었던 그 일을, 할머니는 우라라와 함께 해보려고 합니다. 다음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아는 나이가 되었으니까. 끝도 없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드는 것만으로도 유키 할머니는 어쩐지 신이 납니다.
우라라에게 BL만화는 언제나 몰래 혼자서 즐겨야 했던 취미 같은 것이었습니다. 만화가 너무 좋았어도 그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었습니다. BL이라는 장르 때문이라기보다는 내성적인 성격이 더 원인으로 보입니다. 우라라는 좀처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합니다. 소꿉친구인 츠무구를 제외하면 대화라는 걸 할 수 있는 또래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런 우라라에게 유키 할머니는 특별하게 마음이 가는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할머니가 먼저 다가와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머니도 좋아하는 이유가 더 큽니다. 두 사람은 함께 카페를 가고, 카레를 먹고, 만화책을 빌려주기도 하면서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그에 힘입어 우라라는 용기를 냅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오는 이벤트에 함께 가자고 먼저 말한 것입니다. 할머니의 답변이 올 때까지 우라라의 마음은 오만감정을 넘나듭니다. 고백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에 대한 답을 받았을 때, 우라라는 더 커다란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자신은 할 수 없던 일을 합니다. 전적으로 유키 할머니를 향한 호감에서 태어난 힘입니다.
감상
좋아하는 일 때문에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어디까지 해볼 수 있을까요? 쓰루타니 가오리의 만화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좋은 마음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기에 이 책은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종이책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면 쓰다듬고 만지며 볼 수 있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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