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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달리기

by 호랑. 2020.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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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민 작가의 《아무튼, 달리기》를 읽었습니다. ‘나가서 달려나 볼까’라는 생각이 뜬금없이 드는 바람에 시작한 일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가득 채울 만큼 일상의 큰 부분이 되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우연히 튄 스파크가 삶 전체로 번지는 불길이 되었다던 저자의 말 그대로였습니다. 연관 검색어로 따라붙게 될 만큼 누군가에게 고유하고 특별해진 일이 사실은 어떤 기대도 없이 시작되었던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사소하고 작은 일들도 좋은 기운을 품고 있는 씨앗처럼 느껴졌습니다. 저자의 기운을 넘겨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나도 한번 뛰어볼까’하는 마음에 운동화를 신고 나가본 적이 있던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하며 읽을 책입니다. 후줄근한 차림으로 무턱대고 달리다가 숨이 넘어가던 사람이 어떻게 국경을 넘어가며 마라톤을 참여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운동화를 신고 나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좋은 이야기입니다. 좋아하는 일로 책 한 권을 써낼 수 있는 사람의 좋아함에는 배울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저는 달리기를 자존감의 회복과 자기애의 일환으로 여기는 저자의 태도가 무척 인상 깊었는데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리며 멀리 가는 법을 배우고, 거기서 또 나아가 개인의 크기가 아닌 신념의 크기로 달리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집 근처를 뛰어다니는 일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뛰어야 할까 봐. 지금부터라도, 더 늦기 전에’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당연했죠.

 

 삶이든 일이든 달리기에 비유하는 걸 쉽게 목격하곤 합니다. 두 발을 차례로 내뻗으며 안정적인 자세와 속도로 나아가는 모습이 우리의 무의식속에도 이상적인 과정으로 자리 잡혀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단거리이든 장거리이든 중요한 건 어차피 호흡일 겁니다. 저는 저자의 방식대로 달려보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하지만 오래오래.” 사실 이 문장은 이 책을 블로그의 첫 글로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해 준 문장이기도 합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는 저의 마음을 꼭 담았습니다. 서툴고 느리지만 오래오래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큰 부상 없이 되도록이면 잘. 아무튼, 달리기로 시작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녹록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삶이 던지는 크고 작은 물음표에 나의 대답은 이미 준비돼 있다. 내게는 아무튼 달리기라고.

 

아무튼, 달리기
국내도서
저자 : 김상민
출판 : 위고 202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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