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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by 호랑. 2020.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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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남희 번역가의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를 읽었습니다. 번역가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동시에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책을 덮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계속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자의 면면이 저와 비슷해서 더 고민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슷하면 와 닿는 게 더 많으니까요. 물러터지고 여려 터지고 셈에 약한 나. 사람 사이에 벽 쌓기 좋아하는 나. 귀차니스트. 집순이. 그런 사람이 말하는 겁니다. 지금부터라도 행복해 볼까. 아, 귀찮은데. 제 입에서 나온 말처럼 착 달라붙어서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어차피 남의 얘기라고 멀리 던져놓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꼽을 수 있겠습니다. 생각하는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면 말입니다.

 

 책 속에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딸과 반려동물에 얽힌 일화부터 편집자와 있었던 일, 절친과의 여행담 등. 집순이로 사는 한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다방면으로 보여집니다. 일본어를 번역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일본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저에게 일본 에세이는 느긋하고, 가볍지만 따뜻한 이미지입니다. 거기에 위트를 섞으면 이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취준생 엄마이다 보니 직장인에게 관심이 많아져서’라고 서두에 밝힌 것처럼, 저자는 무시로 딸의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하나 뿐인 딸이 나가게 될 세상을 바라보며 같은 나이의 자신을 떠올려보기도 하고요.

 

 딸과의 일화가 애정 이상의 것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사적인 영역을 벗어나기 때문일 겁니다.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를 보여주는 동안 50대인 저자의 안목은 20대와 부딪치거나 동화됩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50대의 안목을 공감하거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렌즈를 바꿔 끼워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걸 떠올리면 이는 꼭 배워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 행복은 가늘고 오래 가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거라는 마음입니다. 때문에 저의 행복은 늘 노년의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그 길로 가는 중요한 덕목을 배우게 된 책입니다.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국내도서
저자 : 권남희
출판 : 상상출판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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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롤모델로 삼을 선배가 없던 시절에 나는 여기저기 부딪히고 맨땅에 헤딩하며 여기까지 왔지만, 내 등을 보고 번역 시작한 후배들이 언제든 내 등을 밟고 올라가도록 탄탄한 선배가 되어야지, 새삼 다짐한다.



서로 행복한 시기가 다를 뿐이다. 자기가 행복할 땐 남을 보지 않아서 서로 엇갈릴 뿐이다. 이 글을 쓰다 네이버에서 '행복이란'을 검색해 보니 '행복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 뭐야, 언제부터 인생이 그런 목표가 있어야 했던 거야. 그럼 지금부터라도 행복해 볼까. 아, 귀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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