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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by 호랑. 2020.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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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루 작가의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를 읽었습니다. 손이 바빠지는 책이었습니다. 받아적을 꿀팁들이 챕터마다 나왔거든요. 에세이 한 편이 끝나면 팁 하나가 나오는 구성이었습니다. 어떻게 이 이야기에서 이런 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건지 여러차례 놀랐는데요. ‘삶을 에세이로 만드는 꿀팁’이라는 제목을 그제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어느 평범했던 하루 속에서도 저자는 독자들에게 공유할 만한 비법들을 볼 수 있었던 겁니다. 등잔 밑은 새롭다며 부단히 자신의 하루를 기록해온 사람의 내공이 느껴지던 대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자도 처음부터 에세이를 썼던 건 아니라고 하죠.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건 3년 전. 기자로 4년, 카피라이터와 콘텐츠 기획자로 2년, 기업 사내방송작가로 4년 반을 일하고 그 외 프리랜서로 글을 쓴 경력까지 10년을 넘게 ‘글밥’을 먹고 살아 온 사람으로서는 퍽 늦은 출발이라고 할 수도 있었습니다. 에세이라는 장르가 얼마나 만만하게 들리면서 또 막연해질 수 있는지가 실감나죠. 읽기는 쉬운데 쓰기가 어려워요, 에세이가. 자신의 이야기인데도 자신의 손에 잡히지 않는 희한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내 인생은 도저히 쓸 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책 속엔 공식처럼 명료한 비법 같은 게 없습니다. 저자가 뭔가를 가르치려 들지도 않습니다. 그럴 생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더 좋았던 책입니다. 글쓰기는 그런 식으로 배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늘 그런 글에서 배워왔습니다. 쓰는 즐거움을요. 스스로 한 편의 이야기가 되는 방법을.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국내도서
저자 : 이하루
출판 : 상상출판 2019.12.23
상세보기

 

● 이야기는 쥐어짜는 게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다.

● 에세이는 작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장르다. 화려한 문장으로 자신을 감추는 것보다 깨닫고 변화되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편이 더 매력적이다. 일기가 아닌 ‘읽히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드러내야 한다. 진짜 나를.


인생이 따분해서 쓸 이야기가 없다는 건
아직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귀를 열고
질문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쓸모없는 이야기는 없다.
좀 안 읽히는 글만 있을 뿐이다.

● 아직도 내 인생이 시시하고 평범한 듯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실이 내가 일상을 글로 옮기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놀라울 뿐이다. 이토록 심심한 삶에도 쓸 만한 크고 작은 이야기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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