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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작열 아키요시 리카코의 《작열》을 읽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소설입니다. 추리 미스터리 장르라면 반전이 있는 건 당연할 테고, 저 또한 그 부분을 기대하며 읽어나갑니다만. 정말 의외의 방식으로 이야기가 맺어집니다. 읽을 때도 그렇고 읽고 난 후에도 여러모로 곱씹을 게 많은 소설입니다. 소설은 새 하얀 도자기가 깨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어느 가정에서 아내와 남편이 깨진 파편들을 수습하는 모습만으로도 이 소설이 어떤 형태로 완성될지 대략적으로나마 윤곽이 그려집니다. 미심쩍은 쪽은 아내입니다. 그녀는 남편을 곁에 두고도 전 남편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부서진 도자기 잔해에서 옛사랑의 뼛가루를 봅니다. 한없이 다정하기만 한 남편의 옆에서 그러는 이유가 뭘까요. 그 적개심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2020. 12. 10.
[책/에세이]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손기은 작가의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를 읽었습니다. 11년간 음식과 술을 다루는 에디터로 일하고, 지금은 두 명의 동업자들과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가 본격적으로 풀어내는 먹는 이야기입니다. 푸드 에디터란 어떤 일을 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전문적인 경험담부터 다이어트의 고충이라거나 편애하고 편식하는 음식 종류 등의 소소하고 확실한 취향까지, 골고루 잘 차린 밥상 같은 책입니다. 식욕이 돋는 것은 당연하고요, 입가의 침을 스윽 닦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먹는 일에 진심인 사람은 진심으로 먹고 싶은 글을 쓰는 법입니다. 식욕을 가진 인간으로서 그 공격을 피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책을 읽다가 울컥하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저자가 장차 손바bar라는 불리게 될 술방을 만들고 갖가지의 술을.. 2020. 12. 6.
[책/에세이] 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 오지혜 작가의 《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를 읽었습니다. 자발적 백수를 시작한 후 초보 창작자로 살아가는 저자의 시시콜콜한 일상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 ‘일상의 작고 귀여운 좋음’을 담았다고 하는데요, 희한하게도 저자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크고 단단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좋음’의 위력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다는 저자의 다짐도 바로 이 때문이지 않을까요. 인생에서 ‘좋음’이 얼마나 커다란 힘이 되는지를 저자는 알고 있는 겁니다. 한 가지를 꾸준히 못해도 됩니다. 자신의 단점을 모조리 고쳐서 완전무결한 인간으로 거듭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부분에 취약한 사람이 있는 힘껏 스스로를 미워하고 탓해가며 억지로 다른 사.. 2020. 12. 1.
[책/에세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김고명 번역가의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를 읽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유명한 번역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업계에서 굶지 않고 10년을 버틸 수 있었던 나름의 생존 습관들을 친절한 화법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저는 순전히 제목만 보고 이 책을 골랐는데요, 제목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려는 저자의 마음이, 또 그 노력이 흠씬 느껴져서 더 좋았던 책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은 마음은 저도 잘 아는 것입니다. 제 꿈이기도 하고요. 인생선배에게 조언을 듣는 마음으로, 가볍지만 꼼꼼하게 읽어나갔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책이란 이래서 좋구나, 생각했습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접해본 적도 없는 분야의 사람이지만 다 동료가 되고, 친구가 되고, 스승이 되고 그래요. 삶은.. 2020. 11. 26.
[책/에세이]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권남희 번역가의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를 읽었습니다. 번역가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동시에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책을 덮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계속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자의 면면이 저와 비슷해서 더 고민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슷하면 와 닿는 게 더 많으니까요. 물러터지고 여려 터지고 셈에 약한 나. 사람 사이에 벽 쌓기 좋아하는 나. 귀차니스트. 집순이. 그런 사람이 말하는 겁니다. 지금부터라도 행복해 볼까. 아, 귀찮은데. 제 입에서 나온 말처럼 착 달라붙어서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어차피 남의 얘기라고 멀리 던져놓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꼽을 수 있겠습니다. 생각하는 만큼 .. 2020. 11. 24.
[책/에세이]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이하루 작가의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를 읽었습니다. 손이 바빠지는 책이었습니다. 받아적을 꿀팁들이 챕터마다 나왔거든요. 에세이 한 편이 끝나면 팁 하나가 나오는 구성이었습니다. 어떻게 이 이야기에서 이런 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건지 여러차례 놀랐는데요. ‘삶을 에세이로 만드는 꿀팁’이라는 제목을 그제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어느 평범했던 하루 속에서도 저자는 독자들에게 공유할 만한 비법들을 볼 수 있었던 겁니다. 등잔 밑은 새롭다며 부단히 자신의 하루를 기록해온 사람의 내공이 느껴지던 대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자도 처음부터 에세이를 썼던 건 아니라고 하죠.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건 3년 전. 기자로 4년, 카피라이터와 콘텐츠 기획자로 2년, 기업 사내방송작가로 4년 반을 일하고 그.. 2020. 11. 20.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 지이 작가의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을 읽었습니다. 만성적인 게으름을 탈피하기 위하여 부단히 시도하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이 발견한 비법을 책으로 써서 나누려는 마음에도 감동을 받았고요. A하면 B가 이루어진다는 식의 정확한 해결법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경험을 기꺼이 알리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선 더없는 다정함이 느껴집니다. 타인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보이기 때문이겠죠. 덕분에 저는 오늘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할 일이 남았다면 눕지 말라고 했거든요. 잠을 미루며 여백을 채워갑니다. ‘대충, 일단, 조금이라도’의 마음으로. 이 또한 저자에게 배운 겁니다. “‘완성, 끝내기, 마스터하기, 완벽하게, 잘하기’이런 표현들을 지양”할 것. 이처럼 책 속엔 실질적.. 2020. 11. 18.
아무튼, 달리기 김상민 작가의 《아무튼, 달리기》를 읽었습니다. ‘나가서 달려나 볼까’라는 생각이 뜬금없이 드는 바람에 시작한 일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가득 채울 만큼 일상의 큰 부분이 되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우연히 튄 스파크가 삶 전체로 번지는 불길이 되었다던 저자의 말 그대로였습니다. 연관 검색어로 따라붙게 될 만큼 누군가에게 고유하고 특별해진 일이 사실은 어떤 기대도 없이 시작되었던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사소하고 작은 일들도 좋은 기운을 품고 있는 씨앗처럼 느껴졌습니다. 저자의 기운을 넘겨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나도 한번 뛰어볼까’하는 마음에 운동화를 신고 나가본 적이 있던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하며 읽을 책입니다. 후줄근한 차림으로 무턱대고 달리다가 숨이 넘어가던 사람이 어떻게 국경을.. 2020.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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